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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임세은! 이제 라면은 안돼!” 
 mansuknews | 04-12-08 14:36
 
제 아이 키우면서 남의 말 할 것 없다더니, 무엇이든 잘먹는 첫째를 키울 때는 우리 식구 중에 먹는 걸로 속썩일 사람은 없을거라 자신했다. 그런데 세은이는 너무나 딴판이다. 성격도 많이 다르지만 무엇보다 식성이 너무나 다르다.

매일 밥상 앞에서 밥을 먹이려면 먹여주다시피 하면서도 30분은 족히 걸린다. 그러니 밥상 앞에서는 저절로 목소리가 높아지고 겁을 주기 일쑤다. "너 이거 안 먹으면 어린이집 못 가." "쥐할머니 온다."등 온갖 협박을 하지만 이미 익숙해진 세은이는 "알았어, 알았다구" 하면서 발을 비비꼬고 드러눕곤 한다.

세은이가 안 먹는것은 고기류, 야채류, 과일류등 골고루다. 그래도 좀 먹는것은 생선, 두부, 감자, 김, 고구마, 우유, 귤, 맑은 국물 정도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것은 슈퍼에서 파는 단 간식류와 아이스크림, 라면이다.

그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라면인데, 라면 한 개를 끓이면 혼자서 5분 안에도 다 먹는다. 거기다 라면 국물에 밥 말아먹는건 후루룩 국물까지 마셔가며 허겁지겁 먹는다.

사실 이유를 찾아보면 제 입맛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엄마가 잘 챙기지 못하고 골고루 해주지도 못했다. 이유야 어쨌든 이제 어린이집에 갈 때도 다가오고,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지금부터라도 바로잡아야겠다고 생각을 하던 터였다.

한 2주전 월요일. 보통 공부방에서 바쁘게 점심을 먹다보니 손쉬운 라면을 잘 끓여먹는다. 그날도 라면을 먹는데 어찌나 세은이가 맛있게 먹던지. 모두 기가 막힌 표정으로 세은이를 바라보았다. 이모들도 다들 걱정을 하고 있는 터라. "그냥 매일 라면을 질릴 때까지 먹여볼까? 한 이삼일 먹으면 싫다고 하지않을까?" "아니야. 그럼 저녁엔 다른 애들이 다 따라서 라면달라고 할텐데..." "그리고 애한테 어떻게 라면만 먹여. 영양에 문제 있으면 어떡해." 이런저런 얘기 끝에 내린 결론은 공부방에서 라면을 끊기로 한거다. 세은이때문에 모두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점심밥을 준비해 먹기로 했다.

지금 한 2주정도 되었는데. 뭐, 건강상으로야 훨씬 좋지만 이모삼촌들은 바쁜 와중에 한끼를 더 신경써야하니 엄마로서 미안하기도 하다. 물론 세은이는 라면이 눈에 안 보이니 어쩔 수 없이 밥을 먹고 그다지 라면을 찾지는 않는다. 물론 아직까지도 "뭐 먹을까?"하면 "라면!"을 제일 먼저 외치긴 하지만.

라면 한가지를 끊었다고 해서 세은이의 식성이 하루아침에 골고루 먹게 되거나 좋아하던 간식을 끊을 수는 없다. 하지만 어른들이 밥을 정성들여 짓고, 모두 함께 골고루 먹는 모습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같이 먹는 것이 돌아가는 길이지만 결국 가장 빠른 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세은아, 오늘은 호박 3개, 오이 2개는 꼭 먹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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