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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in사람」 “깨끗한 것도 좋지만 먹고 살 수는 있어야지” 
 mansuknews | 05-05-30 12:24
 

마늘막이 철거된 뒤 민씨 할아버지는 아파트옆으로 옮겨 마늘을 깐다.


"당장 비오는 거야 어떻게 견디겠지만 날씨가 추워지는 게 더 큰 걱정이야. 그 전 같으면 난로라도 지필 수가 있었지만 여기서는 그럴 수도 없으니..."
민만식(74) 할아버지는 굴막들이 철거되고 난 뒤 만석3차 아파트내의 놀이터 한 켠에 합판 두 장으로 마늘막을 새롭게 만들었다.
말이 마늘막이지 비도, 바람도 막을 수 없는 모양새다. 얽어놓은 두 장의 합판은 햇빛을 간신히 막아 줄 뿐 하늘이 훤히 내다보인다. 하늘이 훤히 보이는 마늘막에서는 할아버지 부부와 이웃에 사는 세 분의 할머니가 모여 함께 마늘을 까고 있다.

마늘까는일 유일한수입원

굴 까는 일이 끝나가던 지난 4월 20일, 중봉로우회고가(만석신고가) 주변 21채의 굴막이 철거되었다. 굴막의 철거와 함께 굴막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던 할아버지의 마늘막도 철거되었다.
"나도 그렇고 집사람도 그렇고 몸이 성치가 않아. 그래서 다른 일은 할 수가 없는 형편이라 이거라도 해야 먹고사는데 저렇게 깨끗하게 철거를 했으니... 깨끗한 것도 좋지만 사람이 먹고 살 수는 있어야 하지 않겠어?"
할아버지는 18년 전, 직장에서 일하던 도중 사고를 당해 4년 동안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몸은 다시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지 않았다. 때문에 할아버지는 마늘 까는 일 이외에 다른 일을 하기 힘든 상황이다. 또한 할머니도 몇 년 전에 뇌졸중을 앓아 걷는 것조차 불편한 형편이다. 그런 할아버지 부부에게 6년 전부터 시작한 마늘 까는 일은 유일한 수입원이 되어왔다.
때문에 할아버지에게 마늘막의 철거는 생계수단을 잃는 것과 같았다.
마늘막이 철거되고 난 뒤 할아버지는 마늘 까는 일을 집안에서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집안에서 하는 일은 마늘막에서 이웃들과 모여 함께 할 때보다 더 힘들었다.
결국 할아버지는 만석3차 아파트 주민들의 동의를 구해 지금의 놀이터 옆자리에 새로 마늘막을 지었다. 하늘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곳이지만 "하늘을 지붕 삼아" 이웃들과 함께 일하는 지금이 집안에서 일할 때보다 낫다.
마늘막은 생계를 위한 곳이면서 마실 나온 이웃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랑방 같은 곳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웃들의 왕래가 잦으니 할아버지의 마늘막 안에는 자연스럽게 크고 작은 세간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 웬만한 것들은 모두 모여있었다.
하지만 마늘막이 철거되면서 안에 있던 세간들도 함께 사라졌다. 할아버지는 마늘막이 철거될 때 세간들을 그냥 그 안에 놓아두었다.

5만원의 임대료 부담 커

"그것들을 내온다 해도 따로 둘 데도 없고, 또 그거 꺼낸다고 왔다갔다하면서 얼마나 속상하겠어."
할아버지는 날씨가 따뜻한 지금은 임시로 지어놓은 마늘막에서 이웃들을 만날 수 있고, 함께 일할 수 있어 다행이지만 여름이 지나고 다가올 추위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바람과 추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굴막을 철거하면서 인천시 행정부시장은 굴막에서 굴을 까던 주민들과의 면담을 통해 만석 3차 아파트 앞의 '만미식품' 건물을 굴막의 대체부지로 마련해 줄 것을 약속했다.
굴막 사람들과 함께 '만미식품'건물로 자리를 옮겨 마늘을 까는 것이 할아버지가 선택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도 있지만 그것 또한 쉽게 결정하기 힘든 상태다.
"급식소(만미식품)건물의 계약이 끝나는 게 올해 12월이고, 좀 고치고 나서 들어간다고 하잖아. 그럼 내년 1월이나 되어야 갈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그러면 그 동안은 여기서 이렇게 마늘을 까야 한다는 거 아냐."
게다가 만미식품 건물로 들어가게 될 경우 구청에 지불해야 하는 월 5만 원 가량의 임대료 또한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이렇게 모여서 하루 종일 마늘을 까면 한 달에 20만 원 정도를 버는데, 급식소(만미식품) 건물로 들어가면 한 달에 5만 원 정도를 건물 임대료로 내야하고, 수도세, 전기세 같은 세금 따로 내고 나면 남는 게 얼마나 되겠나."
동네를 깨끗하게 한다는 명분으로 실시된 굴막의 철거로 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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