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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체험」 하는 일 없이 가슴 뿌듯했던 하루 
 mansuknews | 07-06-01 12:24
 
지난 5월 8일, 노숙자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대접하는 민들레국수집(동구 화평동, 이하 국수집)을 찾아갔다. 급식체험을 하기 위해서였다.
9시 50분 쯤 도착하니 10시부터 문을 연다는 국수집에는 이미 대여섯 명의 손님(국수집에서는 노숙자들을 손님이라 불렀다)들이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고, 봉사자들과 서영남(54)씨는 그 날의 식사준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서너 평가량 되는 식당에는 1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식탁이 놓여있고, 국수집 입구에 밥과 반찬이 준비되어 있다. 일반적인 무료 급식소와 달리 손님들이 직접 밥과 반찬을 가져다 먹는 자율배식이다.
“가난뱅이들한테는 자유가 없잖아요. 밥 먹으려면 줄 서고, 주는 대로 받아서 길바닥에 주저앉아 먹어야 하니까. 우리는 한 끼라도 식탁에 앉아서 사람답게 먹자는 뜻에서 이렇게 하고 있어요.”
국수집에서 식사를 하는 손님들은 음식을 놓고 욕심을 부리는 일이 별로 없다. 밥과 반찬을 언제라도 가져다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얼마 남지 않은 밥을 다음 손님들과 나누어 먹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10시가 되자 국수집은 금새 손님으로 가득 찼다. 문 밖에는 식사를 하기 위해 온 손님들이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국수집에서 나에게 주어진 일은 설거지다. 다른 일들에 비해 쉬운 일이다. 그럼에도 나에게 설거지를 맡긴 봉사자는 “위생을 위해 여러 번 헹구어야 한다”는 말을 강조했다. 사소한 부분에서라도 손님들이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손님들은 식사를 마치고 빈 그릇을 가져 오며 “잘 먹었다”고 깍듯이 인사를 하고 내게 빈 그릇을 내밀었다. 그 설거지거리들 중에는 젓가락은 없고 숟가락만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노숙 생활을 오래 한 사람들은 젓가락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대부분의 무료 급식이라는 것이 그릇 하나에 국이랑 반찬이랑 다 섞어주니까 젓가락을 사용할 일이 없기 때문이에요.”
국수집의 문을 연 뒤 손님들은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져 10시부터 시작된 설거지는 오후 1시가 될 때까지 계속 되었다. 국수집은 일반 식당들과 달리 손님들이 한꺼번에 많이 몰리는 시간이 따로 없다. 10시 이후로는 늘 10여명의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
국수집을 찾는 손님들에게는 다양한 사연들이 있었다.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하다 다친 뒤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노숙 생활을 시작한 사람, 70세가 넘은 노모를 모시고 노숙 생활을 하던 사람, 20대의 젊은 나이임에도 노숙 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 들 중에는 지금은 노숙 생활을 그만 두고 월급을 받으며 새롭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서씨는 “노숙 생활을 그만 두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에요.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작은 월세 방 한 칸만 마련해 주어도 생활이 안정되고 새롭게 직장을 다니며 생활하는 것이 가능해요”하고 말했다.
국수집 주변에는 그렇게 방을 얻어 노숙생활을 끝내고 주변에 모여 사는 사람들이 20여 명이 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설거지를 하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다 되었다. 별로 한 일도 없이 오전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점심 식사를 마친 뒤 슬쩍 자리를 옮겨 부침개를 준비하는 일을 하기로 했다. 오전에 다 떨어진 상추와 생선의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반찬이다. 11시부터 두 사람이 달라붙어 부침개를 부치기 시작했지만 반죽은 아직도 반 이상 남아있다.
서씨는 부침개를 부치는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작게, 타지 않도록, 노릇노릇하게’를 주문했다. 서씨의 말처럼 하려면 약한 불에서 오래 익혀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함께 부침개를 부치던 한 봉사자는 그릇에 내놓는 전까지 가지런히 정리하며 “제가 여기 처음 온 날 김치를 썰다가 성의 없어 보인다고 혼난 기억이 있어요.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것은 내 가족이 먹는 것처럼 준비하는 ‘정성’이에요”한다.

자원봉사자들이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민들레국수집



3시가 조금 넘어가면서 반죽통의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프라이팬이 놓인 식탁 주위에는 여기저기 기름이 튀어있고, 얼굴이며 손에는 기름이 튄 흔적들이 남아있다. 하지만 손님들이 부침개를 맛있게 먹은 빈 접시를 보니 무슨 큰일이라도 한 것처럼 기분이 뿌듯해졌다.
국수집의 하루는 매우 짧았다. 오전에 식사를 했던 손님들이 다시 국수집으로 돌아와 저녁 식사를 하고 나면서 국수집의 하루는 마무리가 되었다.
하루 일을 마친 나에게 서씨는 “봉사라는 게 더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되면 끔찍해져요. 같은 위치에서 도움을 주고받아야 서로서로 얻는 게 있는 거지요”하고 말했다.
서씨의 말을 들으니 국수집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보다 그들의 식사를 준비하느라 정신없던 봉사자들의 얼굴이 더 밝은 이유가 어렴풋이 이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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